카르멘 - 누가 더 재수가 없을까?(...)
호세는 성실한 태도로 모범적 근무를 행하던
흠잡을데없는 사회인으로서 중사진급을 눈앞에 두고있었다
그런 그의 평화로운 일상이
담배공장에서의 우연한 만남으로 뒤틀리게 될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호세는 물론이거니와 카르멘조차도..
비제의 오페라로 유명한 카르멘이전에
소설가로서 극중에서도 등장하는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 원작 '카르멘'에 기초하여 만든 이 작품은
설령 카르멘과 플롯이 비슷하다고하여도(사실은 같은게 당연하지만)
부디 오페라를 보는 눈으로는 보지말아주었으면한다
무슨 말인고하니
음악은 대체적으로 그 선율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지극히 일상적일이나 혹은 일상적이고 평범함의 기준 이하의 이야기들조차
나름대로 미화시킬수있는 강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때문이다
아닌것 같다고?..
여자가 싫다는데 차이고난 남자의 징징가사가 대중가요에 얼마나 많은가?(...)
하바네라와 오페라속의 아름다운 음악들이 사라진
카르멘에게 남은건 다름 아닌 원작속 그녀의 모습이다
사랑의 기원
영화 '불을 찾아서'를 보면
공동소유가 개개인의 소유로 변하는 과정으로
식인종 부족으로부터 구출해낸 여자를
주인공만이 소유하는걸 보여준다
그런 부분을 본다면
집착이란 감정은 어떤 면에선 굉장히 순수하고 원초적 감정이다
다만 타겟의 입장에서 그게 어떤가는 다르겠지만..
카르멘이 살던 시대는 원시시대가 아니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녀는
그런 중세시대에서 새처럼 자유로운 자신의 영혼을 지켜나가는 여자였다
자유로이 이쪽 저쪽의 가지에 앉으며
자신이 원하는대로 쾌락과 즐거움을 추구하고
그러면서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않으며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던 카르멘
그런 자유로운 카르멘에게 빠진 호세는
그녀의 자유로움을 사랑했지만
타인에게 보여주는 자유로움보단
오직 호세 하나만을 위한 자유로움을 보여주길 원했고
그런 호세의 갈망은 카르멘의 독점소유라는 집착의 새장을 만들어낸다
물론 극중 카르멘은 그야말로 우라질년(..)이다
중세가 아니라 현대에 전생으로 태어나도 배에 칼이 꽂혀죽어도 이상하지않을 그런..
영화에서 꽤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호세의 성격이 조금 파탄적으로 비추어진달까
특히나 극중 마지막 부분인
시체를 껴안고 키스를 퍼부으며 애무하는 모습을 보고있으면
'아 정말 갈때까지 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이코패스적 모습을 보여준다(...)
한 남자의 인생수난사?
이야기 초반
메리메에게 호세가 카르멘을 처음 만나서 그녀를 감옥으로 호송하던 도중
카르멘의 꾐에 넘어가 그녀를 풀어주는 부분을 말하면서 메리메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바스크를 모욕하는 사람이라면 나도 그 얼굴을 그었을텐데 그녀도 그랬죠'
나름 정당화라면 정당화지만
여기에서도 호세는 죽은 카르멘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못한다
이야기의 부재인 누가 더 재수가 없는가가 참 불분명한데
그냥 보면 호세가 불쌍해보일 법도 하다
전도유망한 모범시민에서 산적으로까지 내려앉고 급기야
사람을 죽이고 이후 범죄자로서 죽게되는 남자와
원나잇 스탠드를 즐기며 이후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무책임으로 일관하는 자기 마음대로 사는 여자에게
우연히 꼬인 너무 진지한 남자
그리고 그로 인해 원나잇 스탠드의 즐거운 일상이 아작나는 여자
적어도 남자는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면서도
늪에 발을 담구듯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갔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다른 남자들처럼 일순간 사랑했으나
곧 여느 남자처럼 뒤돌아선다
과연 누가 더 재수가 없고 누가 더 불쌍할까?
막장커플의 사랑
물론 카르멘은 위에서도 언급했듯 일반적 여자는 아니나
조금 수위를 완화해서 현대에도 팜므파탈적 이미지
즉 요부는 남자에겐 나름대로 특정페티쉬즘같은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 된다
자연스럽게 날아와 귓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잠시동안 행복한 순간을 가진후
타인의 남겨진 감정등은 상관없이
자신의 쾌락이 끝나면 이내 버리고 사라지는 요부
혹자는 카르멘이 구속받는 것을 싫어하는 그야말로 '자유'를 갈구했다는 식으로
미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녀의 자유는
타인의 감정을 의식하지않기에 사회라는 '관계'의 형성이 주요한 요소가 되는
인간으로서의 그녀는 어디까지나 자유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캐릭일뿐이다
이 커플의 재미난 점은
남자 또한 콩깍지가 씌이다못해
욱 하는 감성이 너무나 충만한 나머지
카르멘과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하로
규범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 다루지못할 굉장한 사건들만 치고다닌다
카르멘이 자유분방하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거기에 질투심과 강한 집착을 다시금 불태우는 호세가
급기야 그 다른 사람을 죽이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스스로 끊기위해 죽였을지도 모른다
허나 적어도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을때
이전엔 쉽게 말한적 없었던 그 어느때보다 절박한 상황에서의
자신의 영혼의 울림과 같은 말을
절박하고도 단호하게 '싫어' 라고 말하던 그녀를 보며
자신이 그녀를 영원히 소유할수없고
그렇다고 그녀를 잊을수없는걸 알기에
결과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위해
죽였다고 생각하는게 더 바람직하지않을까싶다
그야말로 애증관계의 극에 어울리는 결말이랄까..
잡담
티비도 안보는 입장에서 이런 영화를 본건 참 오랫만이다
마치 ocn새벽타임에 어울리는 영화의 느낌이 참 강해서 말이지(...)
사실 3인 3색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 좀 더 막장전개로 글을 써볼수도 있을텐데
(가령 카르멘이 처음 도망가는 부분 호세의 풋페티쉬라던지..)
하긴 3인 3색 아니면 안봤을듯하니
이런건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한 주제에 대해 포스팅을 올릴때에
제일 마지막에 올린다는건 처음에 올리는것보다 몇배는 캐압박인듯?.
(뭐 질질 미루다가 스스로가 만드는 결과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카르멘이나 호세나
양 쪽 다 전혀 미화하지않은
무시무시한 영화가 아닌가싶다(...)